
1. 살아남은 이후의 진짜 싸움
요즘 농촌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뇌졸중을 앓은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몸 한쪽이 말을 듣지 않아 예전처럼 움직이지 못하신다고 하죠.
이런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살려줬지만, 살 맛은 못 줬어.”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약 2.5%가 뇌졸중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치료 기술은 발전해 사망률은 줄었지만, 대신 후유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현실입니다.
보통 뇌졸중 발생 후의 1개월은 급성기로 보통 상급종합, 종합병원에서 수행하며 의료적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발병후 1~6개월은 집중재활기간으로 신경회복 재활치료, 기능회복 재활치료, 일상생활 훈련등 재활의료병원에서 수행합니다.
그리고 6개월 이후는 만성기로 기능유지 및 회복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고 기능을 악화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만성기는 요양병원이나 지역사회 재활서비스센터에서 진행되는데 기능호전 가능성이 낮은게 현실입니다.
물리치료 재활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6개월이내 정상범위로 돌아오는 경우는 약 20% 수준이고, 나머지 80%의 대상은 재활치료를 계속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노화되면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저하된다. 특히 뇌졸중 같은 큰 충격 후에는 그 저하 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재활은 필수적입니다.
이럴 때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치유농업이란, 자연 속에서 회복하는 힘
치유농업은 식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신체·정서·사회적 회복을 돕는 활동입니다.
말이 어렵지, 쉽게 말하면 “농사짓듯 치료하는 재활”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화분에 흙을 넣고 씨앗을 심는 과정은 단순히 손을 쓰는 일이 아닙니다.
손을 뻗고, 흙을 쥐고, 다시 펴는 일련의 동작은 모두 상지 운동으로 연결됩니다.
또 물을 주거나 모종을 옮기며 정원을 오가는 과정은 균형 훈련이 되고,
무심코 삽으로 흙을 뒤집는 동작 하나하나가 하체 근력 운동이 됩니다.
무엇보다 흙을 만지면 마음이 안정되고,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건 병원 재활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입니다.
3. 상체·하체 활성화를 돕는 치유농업 활동
제가 실제로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에는 이런 활동들이 있습니다.
상체 중심 활동 : 화분 분갈이, 모종 옮겨심기, 씨앗 뿌리기, 물주기 --- 팔 근력 강화, 손의 세밀한 조작력이 회복됨.
하체 중심 활동 : 정원 내 이동, 농장 산책, 흙 고르기, 삽질, 경사로 걷기 --- 하지 근육 강화, 균형 유지, 보행 자신감 향상
통합 활동 : 모둠 텃밭 가꾸기, 수확물 나누기, 정원 꾸미기 ---- 협동심, 정서 안정, 사회성 향상.
이 활동들은 단순한 여가활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재활치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하는 운동이 “해야 하는 운동”이라면,
치유농업은 “하고 싶은 운동”이 됩니다.
뇌졸중을 겪은 어르신들은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큽니다.
“이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이 굳어지면, 어떤 재활치료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식물을 키우다 보면 달라집니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돌봐서 저 아이가 자란다”는 책임감과 기쁨을 느끼시죠.
흙을 만지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오고,
오랜만에 이웃이나 동료들과 어울리며 정서적 회복도 이뤄집니다.
치유농업은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삶의 의지를 되살리는 활동’ 입니다.
그래서 재활효과가 오래가고,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4. 결론: 재활의 공간을 병원 밖으로
뇌졸중 후 재활은 평생 이어져야 하는 여정입니다.
병원 안에서 시작되지만, 병원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삶의 현장, 즉 자연과 일상 속에서 이어져야 진짜 회복이 이루어집니다.
치유농업은 바로 그 통로가 됩니다.
식물을 가꾸며 몸을 움직이고,
사람과 어울리며 마음을 열고,
“나도 여전히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회복하게 합니다.
이제 재활은 의료기관만의 영역이 아니라,
농업과 치유가 만나는 새로운 길로 확장될 때입니다.
뇌졸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흙 한 줌이, 한 걸음의 희망이 된다”는 말이 결코 비유가 아닙니다.
진짜로, 흙을 만지는 손끝에서 회복이 시작됩니다. 🌱